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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 [휴먼 오딧세이] 수묵화의 거장 서정 이승연
50여년은 족히 흘렀지 싶다. 처음엔 그저 묵이었고 붓이었으나 지금은 묵이 나고 붓이 나다. 한 몸이나 다름없지만 그래도 아직 멀었다는 생각이다. 마음을 다 담았다 싶었는데 돌아보면 뭔가 빠진 것 같아서 그리고 또 그린다. 사랑방 30년 삼송리 고개 넘어 오금마을 옛길 얕으막한 산 밑. 동양화가 이승연의 작업실이다. 이십 수년, 아주 작은 나무 한그루, 야생화, 풀 한 포기에도 그의 손때가 묻어있다. 그림 그리다 어깨가 아프고 몸이 쑤시고 눈이 침침해지면 작업실 주변을 가꾸었다. 텃밭도 매고, 작은 등도 달고 조각품도 배치하고 모양 있는 돌도 여기저기 심었다. 계곡물을 담아 자그마한 연못도 만들었다. 그림을 잘 그리는[VOL.13] 수묵화(水墨畵) 확장의 지평을 연 이승연 화백
붓으로 무엇인가를 그린다는 것이 어디까지인지? 묵(墨)의 깊이가 어디까지 와 닿는지 참으로 놀랍고 경이롭다. 소재주의에 빠지지 않고 자기 방법론으로 내면성 탐구의 절정에서, 마치 요즘 화단의 수묵 결핍을 항변이라도 하듯 10m가 넘는 대작들을 그려낸다.화의지성(畫意至性)으로 탄생된 작품의 예술의경(藝術意景)을 가까이에서 목도(目睹)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는 시간, 특별한 시간, 최고의 시간을 뜻하는 “카이로스(kairos)”라는 단어를 붙여보아도 될 듯한 서정(瑞丁) 이승연 작가의 작품전이다.환력(還曆)에 걸 맞는 화업(畫業) 40여 년을 통해 “화가는 작은 조물주” 라는 말을 가히 실감케 하였다.작가는 평소 오감(五[VOL.13] [컬처앤피플] 28년 차 베테랑 아나운서 김완태, 스포츠 문화 사업가 변신
28년 차 베테랑 아나운서 김완태, 스포츠 문화 사업가 변신 국내 최대 규모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 '700크리에이터스' 이사로 인생 2막 문화방송(MBC)에서 간판 방송인으로 활동한 김완태 아나운서가 사업가로 변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김완태 아나운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700크리에이터스’ 이사로 참여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700크리에이터스는 동·하계 및 장애인·비장애인을 포함, 국내에서 가장 많은 종목과 분야, 최다 선수를 보유한 최대 규모의 스포츠 전문 매니지먼트다.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던 박다솔(유도) 심재영(태권도), 소치올림픽에 나섰던 이한빈(쇼트트랙) 간현배(체조[VOL.13] [박주현의 산행수필] 설악산.... 최후의 만찬
최후의 만찬(The Last Supper)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그의 후원자였던 루도비코 스포르차 공의 요청으로 그린 그림이다. 이 작품은 가톨릭 성경에 등장하는 예수의 마지막 날의 최후의 만찬의 정경을 그린 것이다.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수도원의 식당에 그려진 이 만찬의 그림은 기묘한 현실감을 가지고 있다. 이 장면에는 '너희 중 하나가 나를 팔리라'(요한복음 13장 21절)라는 말씀에 제자들은 각양각색의 반응을 표시하여 거기에 심한 동요가 일어난다. 예수의 가슴에 기대어 자고 있던 요한이, 레오나르도의 화면에서는 성급하게 그리스도에게 다그쳐 묻는 베드로 쪽으로 머리를 기울여 그것을 듣고 있는 것같이 보인다. 같은 자리에[VOL.13] 누가 시대를 창조하고 또 파괴했나... '역사를 바꾼 권력자들'
푸틴, 시진핑, 젤렌스키, 트럼프, 그리고 김정은...카리스마라고 해야 할지, 권력자로 불러야 할지,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빌어먹을 독재자라고 하는 게 맞는 건지... 세상을 요란하게 만들고 있는 권력자들임에는 틀림없다. 국민의 열망으로 권력을 쟁취한 자가 있는가 하면, 국민의 열망을 짓밟고 권력을 찬탈한 인간도 있다. 아득한 시절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러하다. 세상은 늘 앞으로 나아가고 그래서 진보하고 발전하여 천국 같은 세상이 올 것이란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헛된 꿈이 되고 마는 것은, 권력을 쥔 자들이 천국이 될 수도 있는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권력을 쥔 자가 똑바로 서면 당장 천국은[VOL.13] 6월 단상
푸르른 청춘 하늘에 던지고못다 부른 노래 가슴에 묻는다.높은 뜻 하늘에 있고거룩한 정신 가슴에 스며있다.님들의 그 사랑 면면히 이어져땅이 서고 강이 흐른다.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모습님은 갔어도 님은 우리 마음속에 있다.그냥 그렇게 가버린 님을 기리는 오늘.6월이 오면.[VOL.13] [권두언] 끈기
끈기는 대단한 가치다.영리하지 않아도, 능력이 없어도 버티는 힘이 있으면 이루지 못할 게 없다. 정 고생스러우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 발짝만 더 나가면 된다. 딱 한 발짝이다.매서운 겨울 추위를 버텨야 화려한 봄을 맞이할 수 있다. 터널이 아무리 길고 어두워도 꾹 참고 가다 보면 밝은 빛을 볼 수 있다. 잦은 패전에 지친 한 장군이 양지바른 곳에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있었다. 그때 그의 눈에 개미 한 마리가 들어왔다. 한 알의 보리알을 문 개미는 담벼락을 향하고 있었다. 설마 담을 오르려는 것인가. 자기 몸보다 큰 걸 물고 어떻게 오를 수 있지.장군은 개미의 하는 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개미는 떨어지고 또 떨어졌다.[VOL.12] 조계사 총본산 성역화 불사-도심 속 전통과정고즈넉한 천년 고찰
조계사. 한국 불교를 상징하는 역사적 공간이며 우리나라 전통문화가 살아있는 대표 명소다. 요즈음은 외국의 젊은 남녀들이 더 많이 찾는 국제적인 자리가 되었다. 지금은 조금 옹색하지만 머지않아 ‘총본산 성역화 불사’가 어느 정도 끝나면 그 같은 도심 속 ‘천년 고찰’의 모습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건물들에 막혀 숨어있다시피 했던 일주문이 훤해지고 경내 공간도 확 트이면서 총본산의 위엄을 갖추게 된다. 뒤편 골목길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면 차 없는 길의 ‘명상로’와 공원을 끌어안아 숲속 자연 고찰의 모습으로 바뀐다.뒤편 공원은 숨어있던 공간. 그러나 숙명여학교, 목은 이색 영당, 매일신보 창간 터로 숨겨진 역사의 땅이[VOL.12] [박주현의 산행수필] 동강 백운산...동풍과 서풍
사랑에 빠져보셨는지요? 그래서 그 사람의 노예로 살아본 적 있으신가요?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 평소의 소신이나 가치관, 심지어 종교마저 기꺼이 내던져 버린다. 이것만큼 사랑에 빠져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주는 증표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자발적인 노예 상태에 빠지는 것. 이것이 바로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보다 위대한 감정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의지, 지성, 신념처럼 인간이 자랑스럽게 여기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것들도 사랑 앞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노예가 어떻게 자신의 의지를 주장할 수 있겠는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자발적인 포기가 가능할까?사랑이란 기쁨의 감정이라고[VOL.12] [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이야기] 왜 그린이라 말할까?
지난 1995년 중동의 카타르에 취재차 갔다가 사막 골프를 한 적이 있었다. 푸른 잔디가 하나도 없이 사막의 맨땅 위에 아스팔트에 사용되는 코울타르를 입혀 페어웨이를 만들었다. 골프하는 방법은 특이했다. A4 용지 두 개만 한 조그만 사각형 매트를 들고 다니며 그 위에 볼을 올려놓고 쳤다. 사막 골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린이었다. 잘 다져진 모래에 기름칠을 해 원형의 그린을 만들었다. 울창한 나무 숲속에 푸른 빛이 넘치는 페어웨이와 그린을 봤던 것과는 너무나 달라 충격적이었다.수백 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시작한 골프의 초창기 모습도 카타르 사막 골프와 비슷했다. 해안 모래언덕과 황무지라는 뜻의 ‘링크스(Links)’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