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05월호 Vol.13

[VOL.14] [컬처 앤 피플] 조각가 성동훈,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라이프스타일 2023-12-04 10:29 전경우
[VOL.14] [컬처 앤 피플] 조각가 성동훈,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성동훈은 ‘돈키호테' 작가다.

우리가 그를 ‘돈키호테’로 부르는 것은, 그가 변함없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주저 없이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향해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90년대 ‘돈키호테 시리즈’ 작품을 들고 그야말로 ‘돈키호테’처럼 등장했다. 기존의 조각계에서는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작품들이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비행기의 엔진이 광야를 달리는 말이나 불의에 머리를 들이대며 돌진하는 황소 따위로 모습을 바꾸어 나타났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神) 중의 최고 신(神)인 제우스가 소나 거위 등 제 마음먹은 대로 몸을 바꾸어 사랑을 쟁취했듯 성동훈의 작품도 그러했다. 다만 제우스가 사랑에 눈 멀어 제 몸을 바꾸었다면, 성동훈의 작품들은 인간 세상의 부조리와 비리, 부정과 몰염치한 것들을 때려 부수고자 하는 불꽃같은 열망 때문이었다.

세속의 눈으로 볼 때 참으로 가당치도 않은 짓이지만 그럼에도 그러한 가당찮은 짓들을 하면서 인간 본성의 순수한 열망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던 돈키호테처럼, 성동훈의 작품들 또한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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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훈의 돈키호테 작품을 처음 목격한 이들은 그 형식의 신선함에 우선 압도되었고 각자 마음속에 눌러 참아왔던 세상의 부조리함과 모순에 대한 분노나 서운함을 깨닫게 되었고 격하게 공감도 하게 되었다. 카타르시스였다.

문학 작품 속 돈키호테가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도 잡자’며 호기롭게 나아갔던 것처럼, 그의 예술적 행보 또한 거침없고 주저 없었으며, 지금도 그러하다.

그의 의식에 걸려든 세상의 모든 부조리와 불합리한 것들은, 그의 돈키호테적 기질로 인해 가차 없이 폭로되고 조롱받는다. 체제에 순응하고 세상의 흐름에 부드럽게 몸을 맡겨 안주하는 대신, 그는 거칠고 험난한 길을 선택하였고, 추호의 후회 없이 줄곧 그 길을 걸어왔다.

그는 돈키호테 시리즈 이후에도 다양한 예술적 실험과 진취적인 기상으로 인간의 존재 의미를 탐색하고 사회에 대한 거침없는 비판과 풍자를 이어왔다. 철과 시멘트 덩어리 등 거칠고 투박한 재료를 활용, 인간과 자연이 가진 야성적인 속성과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왔다.

무엇보다 소재 자체의 특이성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오히려 그것을 통해 그것에 감춰진 철학적 가치와 우리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거나 혹은 우리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게 하는 거울로 활용하고 있다.

그가 주목하는 작품의 주제는 다양하다. 말과 소, 거북이와 코끼리, 사슴과 양, 그리고 다양한 곤충들이 그의 손에 의해 새롭게 태어난다. 동물들은, 그의 의식에 농밀하게 잠재된 지적, 정서적 의지에 따라 새로운 생명으로 거듭나는데, 때로는 우화적이거나 풍자적으로, 때로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것으로, 그때그때 작가의 의식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VOL.14] [컬처 앤 피플] 조각가 성동훈,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그의 작품들은 여러 이질적인 재료들과 어우러져 새로운 생명체로 거듭난다. 흙으로 빚어진 인간이 생기를 받아 생명을 얻는 것처럼, 고정된 형태의 조각품이 불과 전기, 빛과 소리 등 다양한 에너지들과 어우러져 새로운 유기체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금속으로 지어진 나무에 깃들인 수많은 도자기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절집의 풍경처럼 소리를 내는 모습은 보는 이의 숨을 멎게 한다. 키 큰 소나무가 빛을 내며 황홀한 광경을 빚어내는가 하면 거대한 나무가 해변에서 불꽃을 튀기며 한 줌 재로 사라지기도 한다.

빛을 받은 사슴과 산양은 우리가 잊고 있던 아득한 원시의 향수를 일깨우고, 청화백자는 단단하고 거친 물성의 철의 질감과 조화를 이루며 음과 양, 현실과 비현실, 자연의 문명의 대립과 어울림을 표현한다.

그의 시선과 몸은 특정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는다. 말을 타고 달리는 유목민처럼, 혹은 돈키호테처럼, 바람처럼 내달린다. 몽골의 드넓은 초원으로, 뜨거운 바람이 몰아치는 사막으로, 험준한 산악으로, 순례자처럼 그렇게 떠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매년 미국의 라스베이거스를 거점으로 인도 사막과 몽골 고비사막, 스페인 모로코 등을 돌며 현지의 재료와 자연환경을 이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국제사막프로젝트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인도로 건너가서는 힌두 이슬람 시크 자이나 등 다양한 종교적 의미를 지닌 동물 모양을 가짜 황금으로 도금하여 종교와 그것의 이중적 혹은 위선적 의미를 풍자하였고, 대만에서는 그곳 동호철강 회사 주관 개인전에 나서는 등 다양한 국제 행사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작가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세월이 흐르고 그의 작품 세계도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여 왔다. 그는 여전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쇠를 두드리고 불꽃을 튀기고 있다. 그가 바로 돈키호테다.

[VOL.14] [컬처 앤 피플] 조각가 성동훈, 우리 시대의 돈키호테


[성동훈 작가]

1991년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조소학과 졸업

2019 제5회 International Desert Art Project, 스페인, 모로코, 아트 디렉터

2018 제4회 International Desert Art Project, 미국, 아트 디렉터

2012 제3회 International Desert Art Project, 인도, 아트 디렉터

2009 제2회 International Desert Art Project, 몽골, 아트 디렉터

2008 코스타리카&한국 국제교류전, 한국국제교류재단, 서울 아트 디렉터 역임

2006 제1회 International Desert Art Project, 미국, 아트 디렉터

2006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추천위원 역임

2005 코스타리카국립대하교, 초빙교수 역임

2002 제1회 국제 친 환경 미술전, 예술의 전당, 기획추진 위원 역임

2002 제1회 IHATOV-한,일 아트페스티발, 일본, 프로그램 매니저 역임

1999 제1회 안성 국제 로드사이드 조각 심포지엄, 안성시, 커미셔너 역임

1998 제4회 대청호 국제 환경미술 심포지엄, 청주시, 큐레이터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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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

2017 조형아트서울 2017-조각가 특별 초대전, 코엑스, 서울

2017 MOG 특별 초대전, 고아현대미술관(MOG), 인도

2016 “For My Sincerity”, Anygol 아트스페이스, 경기도

2016 “Don Quixote come to Jeju”, 갤러리 노리, 제주도

2015 <Fake of The Kingdom>사비나미술관, 서울

2014 <통곡-용광로의 쇠울림>동호철강파운데이션 주관작가전, 대만

2013 <The Grass Mountain Chateau>초대전, 타이페이, 대만

2011 주밍미술관 초대전, 주밍미술관, 대만

2009 한국현대미술 특별전, 쿤스트하우스, 비엔나, 오스트리아

2009 <머릿속의 유목>, 사비나 미술관, 서울

2007 <무식한 상상과 감각적인 실험>, MOA 갤러리, 경기도

2001 <에로스>, 사비나 갤러리, 서울

1997 <그로테스크 유머>, 사비나 갤러리, 서울

1997 <금속과 조형전>, 포스코 갤러리, 서울

1996 미 갤러리, 신사미술제, 서울

1994 미도파 갤러리, 서울

1993 금호갤러리 / 빈켈 갤러리, 서울

1992 예술의 전당(표갤러리), 화랑미술제, 서울

조각가 성동훈
조각가 성동훈

성동훈 작가. 화이트사막, 미국
성동훈 작가. 화이트사막, 미국


성동훈 작가
성동훈 작가


성동훈 작품 '돈키호테', 2018
성동훈 작품 '돈키호테', 2018


성동훈 작품 '나의 진정성을 위하여'(for my Sincerity)-1
성동훈 작품 '나의 진정성을 위하여'(for my Sincerity)-1


성동훈 작품 '코뿔소의 가짜왕국'
성동훈 작품 '코뿔소의 가짜왕국'


성동훈 작품 '소리나무', 2018
성동훈 작품 '소리나무', 2018


성동훈 작가가 돌덩이를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성동훈 작가가 돌덩이를 대상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모습.


[전경우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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