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의 식비지출 절대량은 1년 전보다 늘었지만, 물가인상을 반영하면 실제 지출된 양은 줄어들어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11월 21일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소득 하위 20%인 1분위가 식비로 쓴 금액은 월평균 42만9천원이었다.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액이 27만9000원, 외식 등 식사비가 14만9000원이었다. 가처분소득(90만2000원) 대비 식비 비중은 47.5%로, 소득의 절반을 식비로 지출한 셈이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의 가처분소득(807만1천원) 대비 식비(128만원)의 비중은 15.9%였다. 4분위는 20.8%, 3분위는 23.5%, 2분위는 26.5%로 소득이 낮을수록 식비의 비중이 컸다. 최근 들어 식료품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가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것.
지난 3분기 식료품·비주류 음료의 물가는 1년 전보다 7.9% 올라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5.9%)을 웃돌았다. 외식 등 음식 서비스 물가의 경우 8.7% 올랐는데, 이는 1992년 3분기(8.8%) 이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1분위의 식비는 작년 동기(41만3000원)와 비교해보면 3.7% 늘었다. 그러나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기준으로는 4.1% 감소했다. 물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출 금액은 증가했지만, 실제 가계의 먹거리 소비는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쉽게 말해 1년 전 3000원에 2개를 샀던 식품을 올해는 4천원을 주고 1개를 소비했다는 의미다.
식비 지출 감소 폭은 실질 기준 4분위 -2.4%, 3분위 -2.7%, 2분위 -3.3%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커졌다. 5분위의 식비 지출만 0.8% 늘었다.
당분간 고물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서민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가운데 최근에는 우유 원유값 인상이 결정되면서 유제품과 이를 재료로 하는 빵·아이스크림도 오르는 ‘밀크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전기 등 공공요금 인상도 예정돼 있어 필수 생계비 비중이 높은 서민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분기 가처분소득 대비 주거·수도·광열 지출 비중을 보면 1분위 21.9%, 2분위 11.9%, 3분위 7.8%, 4분위 6.6%, 5분위 3.8% 등으로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주거·수도·광열은 주거 임차비용, 연료비, 주택 유지비 등 주거 관련 비용을 말한다.
기획재정부는 "물가·민생안정을 위해 마련된 기존의 대책들을 조속히 시행해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 가구의 가계 부담을 완화하겠다"라며 "복합적 경제위기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지 않도록 고용·사회안전망을 지속해서 강화해 저소득층 삶의 질 개선에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경호 월간마니아타임즈 기자 report@maniareport.com